다이어리를 사면 늘 같은 패턴이었다. "이번엔 매일 쓸 거야!" 다짐하고 산 플래너는 일주일이면 책상 서랍 속으로. 빈칸 투성이 페이지를 넘기다가 결국 3월쯤 포기하고 말았다.
그런데 불렛저널은 달랐다.
미리 정해진 날짜도 없고, 매일 써야 한다는 강박도 없다. 그냥 오늘 필요한 걸 적으면 되는 자유로움. 3일 비워도 괜찮고, 꾸미고 싶으면 꾸미고, 아니면 단순하게 써도 된다. 내가 다이어리에 맞추는 게 아니라, 다이어리가 나한테 맞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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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렛저널이 뭔가요?
불렛저널(Bullet Journal)은 디지털 제품 디자이너 라이더 캐롤이 만든 기록 시스템이다. 어릴 적 집중력 장애를 겪으면서, 삶에서 진짜 중요한 것들에 집중하기 위해 고안했다고 한다. '불렛(Bullet)'은 글머리 기호라는 뜻이고, 여러 기호를 활용해서 빠르고 효율적으로 기록하는 방식이다.
인터넷에 검색하면 예쁘게 꾸민 불렛저널 사진이 넘쳐나는데, 사실 꾸미는 건 선택이다. 스티커와 마스킹 테이프로 테마를 만들며 감성을 채우는 것도 좋고, 아예 테마를 배제하고 오직 실용성만 챙기는 것도 괜찮다.
핵심은 "내가 원하는 대로 만드는 것"이다.
일반 다이어리 vs 불렛저널
- • 일반 다이어리: 날짜 고정, 양식 정해짐, 비우면 죄책감
- • 불렛저널: 빈 노트에서 시작, 내가 양식 만듦, 자유롭게 사용
봄밤 트위드 다이어리 실물 후기
불렛저널을 시작하려면 노트가 필요한데, 나는 봄밤 트위드 다이어리를 골랐다. 트위드 원단 커버가 감성적이면서도 튼튼해 보였고, 가격도 12,900원으로 부담 없었다.

화이트/베이지 버전은 밝은 톤에 금색 실이 섞여 있어서 책상 위에 두면 분위기가 산다. 고무밴드로 단단히 묶이고, 모눈 그리드가 페이지마다 깔려 있어서 선 긋기나 도표 그리기에 딱이다.

블랙 버전은 좀 더 모던하고 세련된 느낌이다. 원형 버튼 디테일이 포인트고, 검은색 바탕에 금색 실이 고급스럽게 빛난다. 사이즈는 A5 정도로 가방에 넣기도 적당하다.
좋았던 점
1. 트위드 감성이 SNS 인증샷 각
커버 디자인이 생각보다 훨씬 고급스럽다. 책상 위에 놓고 사진 찍으면 감성 카페에서 찍은 것처럼 나온다. 인스타그램에 올리면 반응이 좋다.
2. 모눈이 불렛저널에 최적
줄 노트는 자유롭게 쓰기 어렵고, 백지는 선 긋기가 까다롭다. 모눈은 그 중간이다. 월간 달력 그릴 때나 표 만들 때 모눈을 따라 그으면 깔끔하게 정리된다.
3. 가격 대비 품질이 괜찮음
로이텀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는 3만 원대인데, 처음 시작하는데 그 정도 투자는 부담스럽다. 봄밤은 1만 원대로 시작하기 딱 좋고, 종이 두께도 필기감도 나쁘지 않다.
아쉬운 점
브랜드 인지도가 낮아서 리뷰가 많지 않다는 게 살짝 아쉽긴 했다. 하지만 직접 써보니 가성비로 충분히 커버된다. 입문자라면 비싼 제품보다 이런 합리적인 선택이 부담 없다.
불렛저널 쓰는법 (실전 가이드)
유튜브 채널 '도르미'의 입문 가이드 영상을 참고해서 정리해봤다. 처음 시작하는 분들은 이 순서대로 따라하면 된다.
1. 기호(Key) 정하기
불렛저널의 핵심은 기호로 빠르게 기록하는 것이다. 기호 페이지를 노트 맨 앞에 만들어 두면, 나중에 헷갈릴 때 참고할 수 있다.

기본 기호는 이렇게 구성된다:
- • 점(•): 할 일 (작업)
- • X: 완료
- • →: 다음 날로 이동 (이월)
- • ○: 일정 (이벤트)
- • -: 메모
중요한 일은 앞에 별표(*)를 붙여서 우선순위를 표시한다. 필요 없어진 일은 줄을 그어 삭제하면 된다.
2. 네 가지 기본 컬렉션
불렛저널은 '컬렉션'이라는 단위로 구성된다. 컬렉션은 특정 주제에 대한 템플릿이라고 보면 된다. 기본 컬렉션은 4가지다.
인덱스 (찾아보기)
책의 목차처럼, 각 컬렉션이 몇 페이지에 있는지 적어두는 공간. 맨 앞 2-3페이지를 비워두고 나중에 채워 나간다.
퓨처로그 (미래 기록)
이번 달이 아닌, 앞으로 6개월 정도의 일정을 한눈에 보기 위한 페이지. 페이지를 6칸으로 나눠서 각 달의 예정된 일을 적는다.
먼슬리로그 (월간 기록)
왼쪽 페이지에는 그 달의 달력, 오른쪽에는 그 달에 해야 할 일 목록을 적는다. 매달 새로 만든다.
데일리로그 (일일 기록)
그날그날의 할 일, 일정, 메모를 자유롭게 적는 공간. 날짜를 쓰고 그 아래에 기호로 기록하면 된다.
실제 셋업 과정
이론만 듣고는 감이 안 온다. 실제로 어떻게 만드는지 단계별로 정리해봤다.

Step 1. 기호 페이지 만들기
첫 페이지에 "기호"라고 적고, 아래에 할 일(점), 완료(X), 이동(화살표), 일정(원), 메모(대시) 기호를 정리한다. 연락처도 함께 적어두면 노트를 잃어버렸을 때 찾기 쉽다.
Step 2. 퓨처로그 6개월 나누기
페이지 번호를 적고, 주제(달)를 적는다. 예를 들어 지금이 2월이면 3월부터 8월까지 6개월을 페이지에 나눠 배치한다. 각 달마다 예정된 일정을 기호로 적는다.
Step 3. 먼슬리로그 만들기
왼쪽에는 "2월 달력"이라고 쓰고, 1일부터 28일(29일)까지 날짜와 요일을 적는다. 오른쪽에는 "2월 할 일"이라고 쓰고, 이번 달에 해야 할 일들을 나열한다.
달력에는 그날 있을 일정을 짧게 적고, 할 일 페이지에는 일정이 정해지지 않은 할 일을 적는다.
Step 4. 데일리로그 시작
매일 아침, 날짜와 요일을 적고 그 아래에 해야 할 일을 기호로 적는다. 완료한 일은 X로 표시하고, 다음 날로 미루면 화살표를 그린다. 저녁에는 그날 있었던 일을 경험 기호(원)로 기록한다.
중요한 건, 빈칸을 채워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는 것이다. 하루 쉬어도 괜찮고, 일주일 비워도 된다. 다시 쓰고 싶을 때 날짜 적고 이어가면 그만이다.
이런 분께 추천해요
- • 다이어리를 사도 항상 작심삼일로 끝나던 분
- • 플래너는 너무 빡빡하고 자유롭게 쓰고 싶은 분
- • 감성 다꾸를 즐기거나 미니멀하게 기록하고 싶은 분 (둘 다 가능)
- • 처음 불렛저널 시작하는데 부담 없는 가격대 찾는 분
경쟁 제품과 비교
불렛저널용 노트는 여러 브랜드가 있다. 간단히 비교해봤다.
| 제품 | 가격 | 특징 | 추천 대상 |
|---|---|---|---|
| 봄밤 트위드 | 12,900원 | 트위드 감성, 가성비 | 입문자, 감성 중시 |
| 로이텀 | 38,700원 | 독일 프리미엄, 두꺼운 종이 | 전문가, 만년필 사용자 |
| 인생상점 | 14,900원 | 다양한 에디션 | 다꾸 마니아 |
봄밤은 가성비와 디자인을 모두 잡은 선택이다. 로이텀처럼 종이가 두껍진 않지만, 일반 볼펜 쓰기엔 충분하다. 인생상점보다 조금 저렴하면서도 트위드 커버로 차별화된다.
마무리하며
불렛저널의 가장 큰 매력은 "나에게 맞추는 다이어리"라는 점이다.
완벽하게 꾸미려는 강박을 버리자. 예쁘게 쓰려다가 포기하느니, 지저분하더라도 꾸준히 쓰는 게 낫다. 중요한 건 기록 그 자체다.
봄밤 트위드 다이어리는 부담 없는 가격에 감성까지 챙긴 선택이다. 처음 불렛저널을 시작한다면, 이 노트 하나 사서 날짜 하나 적고 시작해보자. 그게 전부다.